다해상도 해석(Multiresolution Analysis, MRA)
정의와 배경
다해상도 해석(Multiresolution Analysis, MRA)은 웨이블릿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개념으로서, 신호나 함수를 여러 해상도로 단계적으로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방법론을 제공한다. 이때 해상도(resolution)는 공간 영역 혹은 시간 영역에서의 세밀한 정보와 관련되며, 다해상도 해석은 이를 수학적으로 정립하기 위해 $L^2(\mathbb{R})$ 공간 위에서 일련의 닫힌 부분공간(closed subspace) 계열을 구성한다.
하나의 다해상도 해석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스케일링 함수(scaling function) $\phi$를 통해 생성되는 스케일링 공간 $V_j$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함을 의미한다.
첫째, 인접하는 두 공간 사이에 포함 관계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V_j \subset V_{j+1}$이 성립한다.
둘째, 그 공간들의 교집합과 합집합이 특정한 형태를 지녀야 한다. 즉, $\bigcap_{j \in \mathbb{Z}} V_j = {0}$와 $\overline{\bigcup_{j \in \mathbb{Z}} V_j} = L^2(\mathbb{R})$를 만족해야 한다.
셋째, 각 스케일링 공간 $V_j$에서의 함수가 $V_{j+1}$에서의 함수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나타내는 스케일링 관계를 가져야 한다. 이 관계로부터 필터뱅크 이론과 웨이블릿 공간 $W_j$가 자연스럽게 정의된다.
MRA를 통하면 거칠게 보면 신호의 저주파(또는 저해상도) 구성 요소를 먼저 구분하고, 점차 높은 주파수(고해상도) 성분을 덧붙여나가면서 원래 신호를 재구성하는 방식의 접근이 가능해진다. 이 구조를 통해 스케일에 따른 세밀도 분석이 가능하며, 웨이블릿 변환은 이를 효율적으로 구현한다.
스케일링 공간과 웨이블릿 공간
다해상도 해석에서 핵심이 되는 두 가지 공간은 스케일링 공간 $V_j$와 웨이블릿 공간 $W_j$이다. 스케일링 공간 $V_j$는 스케일링 함수 $\phi(t)$에 의해 생성되는 공간으로, 대략적으로 저주파 영역에서의 근사(approximation) 정보를 담는다. 웨이블릿 공간 $W_j$는 웨이블릿 함수 $\psi(t)$에 의해 생성되는 공간으로, $V_j$와 $V_{j+1}$의 차이를 나타내며 주파수 특성상 잔차나 세밀한 변동, 즉 고주파 정보를 담는다. 형식적으로는 $V_{j+1} = V_j \oplus W_j$라는 직접합(direct sum) 관계로 정의되며, 이때 $V_j \oplus W_j$는 $V_j$와 $W_j$가 교집합이 ${0}$인 서로소 부분공간(disjoint subspace)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성은 푸리에 해석에서의 대역(band) 분할과 유사한 개념을 가지지만, 웨이블릿에서는 스케일링(확대/축소)에 따라 시간축(또는 공간축)에서의 국소 정보가 보존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다중 해상도로 전개하면 $V_j$는 점차 세밀도를 높이면서 $V_{j+1}$로 확장되고, 그에 따른 차이 성분인 $W_j$를 수집함으로써 전체 신호의 세부 구조를 잃어버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수학적 구조
$L^2(\mathbb{R})$에서의 다해상도 해석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조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정수 $j$에 대해
적당한 스케일링 함수 $\phi(t)$가 존재하여
가 성립한다. 그리고 샘플링 이론 측면에서, 적절한 $h_k$ 계수들을 통해
라는 스케일링 방정식을 만족한다. 여기서 도출되는 필터 계수 $h_k$는 필터뱅크 구현 시 저역 통과 필터(low-pass filter) 계수와 대응되며, 웨이블릿 함수 $\psi(t)$의 정의에도 반영된다. 웨이블릿 공간 $W_j$와 관련된 웨이블릿 함수 $\psi(t)$에 대해서는 보통
와 같은 형태를 가지는데, 여기서 $g_k$는 대역 통과 필터(high-pass filter) 계수로 해석될 수 있다.
정규성과 직교성
다해상도 해석을 통해 얻어지는 스케일링 함수와 웨이블릿 함수는 특정 조건하에서 서로 직교(orthogonal)하거나 정규(orthonormal)일 수 있다. 이는 MRA가 매우 효율적인 신호 분석 도구로 쓰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정규성을 부여하려면 스케일링 함수 $\phi(t)$가 서로 다른 정수 이산화(shift)에 대해 직교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웨이블릿 함수 $\psi(t)$도 직교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를 간단히 표현하면
와 같은 형태가 되며, 여기서 $\delta_{k,0}$는 크로네커 델타(Kronecker delta)를 의미한다. 스케일링 함수와 웨이블릿 함수 간에도 직교성이 성립해야 한다. 즉, 모든 $k \in \mathbb{Z}$에 대해
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필터뱅크 계수 $h_k$, $g_k$가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가능해지며, 이때 필터뱅크를 구성하는 저역통과 필터와 대역통과 필터 사이의 직교성(또는 쌍직교성)이 달성된다.
필터뱅크와 다해상도 해석의 연계
다해상도 해석을 통해 얻어지는 스케일링 방정식과 웨이블릿 방정식은 결국 필터 계수 $h_k$, $g_k$를 매개로 표현된다. 스케일링 방정식
에서 $h_k$ 계수는 저역통과 필터 계수가 되고, 웨이블릿 방정식
에서 $g_k$ 계수는 고역통과 필터 계수가 된다. 이 두 식은 시간영역 필터뱅크로 구현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입력 신호를 스케일별로 분리한 다음, 필요한 레벨까지 반복적으로 다운샘플링과 필터링을 수행하는 다단 필터뱅크(multi-stage filter bank) 구조가 형성된다.
아래는 다해상도 구조를 단순화하여 표현한 다이어그램이다.
위 그림에서 $V_j$는 한 단계 저주파 성분(또는 저해상도 성분)에 해당하고, $W_j$는 같은 단계에서의 고주파 성분(고해상도 성분)에 해당한다. $V_{j+1}$ 단계로 올라가면서 다시 동일한 구조가 반복되어 전체 신호가 여러 해상도로 분석된다.
대표적 예시: Haar MRA
스케일링 함수와 웨이블릿 함수가 어떤 식으로 MRA를 구성하는지를 가장 간단하게 보여주는 예시가 Haar 웨이블릿이다. Haar 스케일링 함수 $\phi(t)$는 기본적으로 직사(square) 파형이다. 보통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이 함수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스케일링 공간 $V_j$는 $2^j$ 배 축소 혹은 확대를 적용한 상자 함수들의 선형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시간 영역에서 구간 분할(piecewise constant) 근사를 표현한다. 이 Haar 스케일링 함수에 대응되는 웨이블릿 함수 $\psi(t)$는 $[0, \tfrac{1}{2})$ 구간에서 1, $[\tfrac{1}{2}, 1)$ 구간에서 -1, 그 외 구간에서 0이 되도록 정의된다.
이러한 간단한 형태의 스케일링/웨이블릿 함수들은 $V_j \oplus W_j = V_{j+1}$ 공식에 따라, $V_j$로부터 $V_{j+1}$를 구성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V_j$는 $2^{-j}$ 간격으로 구분된 구간에서 상수 값으로 근사함을 의미하고, 웨이블릿 공간 $W_j$는 그 인접한 구간 간의 차이를 반영한다.
정규직교 기반 필터 계수
Haar 웨이블릿은 직교성을 만족하는 가장 기본적인 예이며, 필터 계수 또한 간단하게 표현된다. 스케일링 방정식
에서 $h_k = \tfrac{1}{\sqrt{2}}$ (딱 두 개의 유효 계수, $h_0 = h_1 = \tfrac{1}{\sqrt{2}}$)가 되고, 웨이블릿 방정식
에서 $g_k$는 $g_0 = \tfrac{1}{\sqrt{2}}$, $g_1 = -\tfrac{1}{\sqrt{2}}$이다. 이것이 곧
로 구현되는 가장 간단한 다단 필터뱅크 구조가 된다. 신호에 이 필터쌍을 적용하고 2배 다운샘플링을 시행하면, $V_j$와 $W_j$에 해당하는 두 개의 신호 성분을 얻는다. 이 과정을 재귀적으로 거듭함으로써 다해상도 해석이 이루어진다.
다중 스케일 관점
Haar 웨이블릿에 기반한 MRA 과정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면, $2^{-j}$ 길이로 구간을 나누어 각 구간 내에서 상수 항으로 근사하는 것이 $V_j$ 공간이다. 그에 따른 잔차나 변동은 $W_j$ 공간에서 직사 파형(양/음)을 통해 표현된다. 작은 스케일(큰 $j$)일수록 구간 분할이 촘촘해지므로, 원 신호의 세밀한 변화를 잡아낼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큰 스케일(작은 $j$)에서는 거친 근사 정보만 남아 대략적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은 계산적 측면에서도 단순하며, 기본 개념을 익히는 데에 적합하다.
Mallat 알고리즘과 MRA 구현
다해상도 해석이 실제로 구현되는 대표적인 방식 중 하나가 Mallat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이산 웨이블릿 변환(DWT)의 효율적 계산 구조로 알려져 있으며, 스케일링 및 웨이블릿 함수를 기반으로 필터뱅크를 반복 적용함으로써 신호를 다해상도로 분해한다. 시간영역에서 신호를 입력받아 저역통과 필터와 고역통과 필터를 각각 통과시킨 뒤, 샘플링률을 절반으로 줄이는 다운샘플링 과정을 수행한다. 이 과정을 레벨(level)을 높여가며 반복 적용함으로써, 점차 저해상도 성분과 고해상도 성분을 계층적으로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1차원 신호 $\mathbf{x}$에 대해, Mallat 알고리즘의 한 단계 변환은 다음과 같은 연산으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mathbf{a}j$는 단계 $j$에서의 저해상도(approximation) 계수, $\mathbf{d}{j+1}$는 그 단계에서 새롭게 추출되는 상세(detail) 계수, $\mathbf{h}$는 저역통과 필터 계수, $\mathbf{g}$는 고역통과 필터 계수를 나타낸다. 연산 $*$는 콘볼루션(convolution)을 의미하며, $\downarrow 2$는 2배 다운샘플링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초기 단계(예: $j = 0$)부터 원하는 해상도 깊이(예: $j = J$)까지 반복하면,
의 형태로 신호를 다중 계층으로 분해할 수 있다. 이때 $\mathbf{a}_J$는 가장 저해상도의 근사 계수, 각 $\mathbf{d}_j$들은 점진적으로 더 미세한 스케일에서의 상세 정보를 담는다.
이 알고리즘이 MRA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Mallat 알고리즘 자체가 $V_j$와 $W_j$라는 부분공간으로의 직교 사영(orthogonal projection)을 구현하는 필터링 및 다운샘플링 연산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속 시간 스케일링 함수 $\phi(t)$의 샘플이 $\mathbf{a}_j$에 대응하고, 웨이블릿 함수 $\psi(t)$의 샘플이 $\mathbf{d}_j$에 대응하도록 매핑된다. 더 나아가 이산 시간 필터 계수 $\mathbf{h}$, $\mathbf{g}$는 스케일링 방정식과 웨이블릿 방정식으로부터 유도되는 값이므로, MRA에서 정의되는 $V_j$, $W_j$ 구조와 완전히 일치한다.
역변환과 재구성
Mallat 알고리즘의 역변환 과정에서는, 저해상도 계수와 상세 계수를 다시 합성(synthesis) 필터에 통과시키고 업샘플링(up-sampling)을 적용하여 상위 해상도 신호를 재구성한다. 즉,
와 같은 형태의 단계를 밟는다. 여기서 $\uparrow 2$는 샘플을 2배로 늘려 넣는(up-sampling) 연산이고, $\tilde{\mathbf{h}}$, $\tilde{\mathbf{g}}$는 합성(synthesis) 필터 계수를 의미한다. 직교 웨이블릿의 경우에는 분해 과정에서 사용된 필터 $\mathbf{h}, \mathbf{g}$와 재구성 필터 $\tilde{\mathbf{h}}, \tilde{\mathbf{g}}$가 동일하거나 (신호 지연(time shift)을 제외하고) 매우 간단한 관계로 표현될 수 있다. 이처럼 역방향 절차도 다해상도 해석에서 정의된 공리(axioms)와 부합하기 때문에, 완전한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웨이블릿 MRA의 장점이다.
공간적·시간적 국소화와 MRA
MRA 구조가 푸리에 변환에 비해 갖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공간적(또는 시간적) 국소화 능력이다. 다해상도 해석은 저주파 대역부터 고주파 대역까지 계층적으로 구분하되, 각 주파수 대역 신호가 언제(또는 어디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국소 정보도 유지한다. 스케일이 커질수록(낮은 해상도일수록) 구간이 넓어지므로 대략적인 형태(또는 느린 변동)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스케일이 작아질수록(높은 해상도일수록) 짧은 구간 안에서의 급격한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이런 구조는 단순한 저/고역 분할 외에도, 시공간적(time-frequency) 복합 분석을 추구하는 응용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Daubechies 웨이블릿
Haar 웨이블릿이 가장 간단한 형태의 정규직교 웨이블릿이라면, Daubechies 웨이블릿은 Haar 웨이블릿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항식 근사 능력(polynomial approximation capability)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확장해낸 대표적 계열이다. Ingrid Daubechies에 의해 정립된 이 웨이블릿들은 스케일링 함수 $\phi(t)$가 더 넓은 지지집합(support)을 갖되, 특정 차수까지의 다항식과 직교를 이루도록 설계된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다수의 응용에서 더욱 매끄러운(continuous) 해와 높은 분석 성능을 제공한다.
스케일링 함수 $\phi(t)$와 웨이블릿 함수 $\psi(t)$가 정규직교(orthonormal) 기반을 이루려면, Haar 웨이블릿의 경우처럼 스케일링 방정식과 웨이블릿 방정식을 만족해야 한다. Daubechies 계열에서 이 방정식들은 지지집합이 확대되고, 특정 차수 이상의 다항식에 대해 적분이 0이 되도록 조정된 필터 계수 $h_k$, $g_k$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Daubechies-$N$ 웨이블릿에서는 $\psi(t)$가 $N$계($N-1$차까지) 다항식과 직교함으로써 $N$개의 소멸모멘트(vanishing moments)를 갖는다. 이때 소멸모멘트는
를 만족함을 의미한다. 이는 곧 웨이블릿이 저차 다항 성분(즉, 느리고 완만한 변동)을 거의 잡아내지 않고, 대신 고차 변동이나 불연속을 강조함을 뜻한다.
다해상도 해석에서 스케일링 함수는 저주파 정보를 담당하므로, $\phi(t)$가 어떻게 정의되는지는 필터 $h_k$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Daubechies-$N$ 계열에서 필터 길이는 $2N$이 되며, 스케일링 방정식
에 대응하는 저역통과 필터 $h_k$는 직교성, 유한 지지집합, $N$개의 소멸모멘트 등 MRA 조건을 모두 만족하도록 인위적으로 계산되어 도출된다. Haar 웨이블릿에 비해 필터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변환 과정에서 시간축(또는 공간축) 상의 겹침 현상이 있지만, 그만큼 분석 결과가 더 매끄럽고 에너지 분포가 균등해진다.
다해상도 구조상, $V_{j+1}$는 $V_j \oplus W_j$라는 직접합 관계를 유지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Daubechies 웨이블릿은 $V_j$, $W_j$가 서로소 직교 부분공간이 되도록 설계된다. 스케일링 함수 $\phi(t)$와 웨이블릿 함수 $\psi(t)$가 다양한 구간에서 어떻게 배치되고 겹치는지를 수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터 계수를 설계할 때 다항식을 근사하는 방정식들을 풀어야 한다. 그 결과 Mallat 알고리즘이나 다단 필터뱅크 구현 단계에서
와 같은 연산이 동일하게 적용되면서도, $h_k$, $g_k$가 Haar보다 훨씬 긴 계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Daubechies 웨이블릿은 Haar 웨이블릿의 단순·짧은 필터에서 확장되어, 매끄러운 함수 근사와 동시에 직교성, 유한 지지, 다수의 소멸모멘트를 만족한다. 다해상도 해석의 본질적 원리는 여전히 동일하나, 웨이블릿 함수의 부드러움과 고차 정보 추출 능력이 제고되어 신호나 영상 처리에서 더욱 풍부한 표현력을 제공한다. 이런 이유로 Daubechies 계열은 지문 인식, 영상 압축, 이상 감지 등 다양한 실제 문제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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